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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34

더 배터리 (줄거리, 미키, 결말)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6,000달러짜리 좀비 영화가 존재한다는 걸 몰랐습니다. 2012년 텔루라이드 호러쇼에서 처음 공개된 뒤 이듬해 VOD로 풀린 《더 배터리(The Battery)》, 예고편만 보고 꽤 기대를 품었는데 막상 다 보고 나서 제가 처음 든 감정은 "배신감"에 가까웠습니다. 그 이유를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줄거리 — 목적지 없이 걷는 두 남자무대는 좀비 아포칼립스(zombie apocalypse) 이후의 코네티컷 뉴잉글랜드 시골입니다. 여기서 좀비 아포칼립스란 사회 기반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에서 좀비가 대다수를 차지하게 된 세계관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생존자가 손에 꼽히는 세상이죠.그 폐허를 떠도는 건 포수 벤과 투수 미키, 한때 같은 야구팀 동료였던 두 사람입니다. 제목.. 2026. 10. 9.
리셋 죽음의 밤 (타임루프, 갱생가능성, 응보형처벌) 사람은 반복된 고통 앞에서 변한다고들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연쇄살인마가 똑같은 밤을 수백 번 되풀이하며 피해자들과 뒤엉키는 영화 을 보고 나서, 저는 그 질문에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습니다. 갱생(更生)이라는 말이 이렇게 공허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습니다.타임루프 설정이 드러내는 것들일반적으로 타임루프(time loop) 장르라고 하면 주인공이 반성하고 성장해서 탈출하는 구조를 떠올립니다. 여기서 타임루프란 동일한 시간대가 무한 반복되는 서사 장치로, 주인공만이 그 반복을 인지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도 표면상 그 틀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달랐습니다.주인공 Charlie는 야간 식당에서 여종업원 Ana를 위협하고 차에 태운 뒤 돌아와 보니 시계가 다시 처.. 2026. 10. 8.
리미트리스 (운과전략, 부작용, 잠재력) 운이 굴러들어온 순간, 그걸 어떻게 쓰느냐가 결국 전부를 가른다는 걸 이 영화 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약 자체에만 집중했는데, 다시 곱씹어보니 진짜 메시지는 따로 있었습니다. 리미트리스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천재가 되면 어떨까"가 아니라, "기회를 쥐었을 때 당신은 무엇을 하는가"에 더 가깝습니다.운과 전략 — 기회는 왔다, 근데 그다음이 문제글을 한 줄도 못 쓰는 작가 Eddie가 우연히 전처 남동생 Vernon을 만나 NZT-48이라는 알약을 건네받는 장면, 처음엔 그냥 전형적인 설정이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두 번, 세 번 돌려보면서 느낀 건 다릅니다. 기회는 항상 '이상한 경로'로 온다는 거였습니다.NZT-48은 영화 속 가상의 인지 강화제(cogn.. 2026. 10. 5.
머니백 리뷰 (절박함, 킬러박, 각본) 개봉 당시에 극장에서 봤을 때는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냥 시끄러운 영화 한 편 보고 나온 느낌이었죠. 그런데 몇 년이 지나 다시 보니 장면마다 감정이입이 되면서 내내 웃었습니다. 아재가 된 탓인지, 살면서 이런저런 '절박함'을 직접 겪어 본 탓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김무열, 박희순, 이경영 주연의 범죄 코미디 영화 은 돈 가방 하나를 둘러싼 군상들의 난장판을 그린 작품입니다. 웃기기만 한 영화 같지만, 들여다볼수록 꽤 씁쓸한 맛이 납니다.절박함이 만든 캐릭터들 — 모두가 화나 있는 이유영화 속 인물들을 다시 훑어보니, 이경영이 연기한 킬러 박을 제외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인물 전원이 매 장면마다 화가 나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코미디 장치인 줄 알았는데, 곱씹어 보니 다들 이유가 있습니다.. 2026. 10. 5.
400 데이즈 (밀실공포, 아포칼립스, 용두사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초반 40분 동안 꽤나 진지하게 몰입했거든요. 4명의 우주비행사가 지하 밀폐 시설에서 400일간 고립 생활을 버티는 설정, 통신 두절, 정체불명의 침입자까지. 그런데 후반부에서 제가 느낀 건 전율이 아니라 허탈함이었습니다. 는 SF 심리 스릴러의 좋은 재료를 갖고도 완성도 높은 요리를 만들어내지 못한, 아까운 작품입니다.밀실공포가 만들어내는 초반의 흡인력제가 직접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도입부의 설계는 꽤 탄탄하다고 느꼈습니다. 우주 장기 비행을 모사하기 위해 지하 격리 시설에 4인 팀을 가두고 400일을 버티게 한다는 설정, 이른바 격리 시뮬레이션(Isolation Simulation)이 서사의 핵심 동력입니다. 여기서 격리 시뮬레이션이란 실제 우주 비행에서 발생할 .. 2026. 10. 4.
세컨드 오리진 (아포칼립스, 생존 서사, 인류 재건) 인류가 멸망한 세상에서 마지막 생존자가 둘뿐이라면, 그 선택은 과연 '사랑'일까요, 아니면 '의무'일까요. 스페인 SF 영화 을 처음 접했을 때 제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이 그것이었습니다. 카탈루냐의 황량한 풍경 위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블록버스터처럼 폭발하지 않으면서도 꽤 오래 머릿속에 남는 종류의 영화입니다.아포칼립스, 스펙터클이 아닌 정서로 접근한 방식이 영화가 여타 아포칼립스(apocalypse) 장르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규모에 있지 않습니다. 아포칼립스란 문명의 전면적 붕괴와 종말을 다루는 서사 장르를 뜻하는데, 보통은 대형 폭발과 스펙터클로 그 절망감을 표현하려 합니다. 반면 은 그 반대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카탈루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늘에서 갑작스러운 천둥번개가 내리치고, 세상은 .. 2026.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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