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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박당 (버디무비, 홍콩영화, 흥행기록)

by 주머니 2026. 9. 26.

비디오 가게 사장님께 "들어오면 꼭 전화 달라"고 부탁까지 해뒀던 영화가 있었습니다. 케이스가 꽂혀 있는 날보다 거꾸로 뒤집혀 대여 중인 날이 더 많았던, 바로 1982년작 《최가박당(Aces Go Places)》입니다. 홍콩 영화 사상 최초로 박스오피스 2,000만 홍콩 달러를 돌파한 작품이자, 지금도 버디무비의 교과서로 꼽히는 영화입니다.



버디무비의 공식을 홍콩 방식으로 재조립하다

솔직히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알던 홍콩 영화는 성룡 영화가 전부였거든요. 성룡처럼 몸을 날리는 액션을 기대했다가, 전혀 다른 결의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주성치의 무협지식 코미디, 성룡의 스턴트 액션이 세상에 나오기 전, 그 자리를 먼저 채운 사람들이 허관걸과 맥가였으니까요.

버디무비(Buddy Movie)란 성격이 정반대인 두 주인공이 한 팀을 이루면서 티격태격하다 결국 위기를 함께 헤쳐 나가는 장르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케미가 전부인 영화'입니다. 《최가박당》은 이 공식에 홍콩 특유의 슬랩스틱 코미디(Slapstick Comedy), 즉 과장된 몸개그와 황당한 상황 개그를 얹어, 문화권을 초월한 보편적 웃음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영화가 탄생한 배경도 흥미롭습니다. 1980년대 초 홍콩 영화계에는 삼합회(三合會), 즉 홍콩 조직폭력배가 자금 세탁 창구로 영화 산업에 깊숙이 침투해 있었습니다. 이에 맞서 일부 영화인들이 독립 제작사 '시네마 시티(Cinema City)'를 설립했고, 《최가박당》은 그 시네마 시티가 저예산으로 고수익을 노리고 기획한 첫 승부수였습니다. 제작에는 훗날 《천녀유혼》, 《영웅본색》 시리즈를 만든 서극(Tsui Hark)이 참여했고, 석천(Dean Shek)이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감독은 증지위(Eric Tsang), 그러니까 나중에 《첨밀밀》에서 미키마우스 문신을 한 조폭 두목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로 그 인물입니다. 제가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이 사람이 코믹 액션 영화에 이렇게 재능이 있었구나" 싶어서 놀랐습니다.

주연인 허관걸과 맥가에게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출연료 200만 홍콩 달러가 지급됐습니다. 그리고 그 투자는 제대로 돌아왔습니다. 홍콩 역대 박스오피스 최초로 2,000만 홍콩 달러를 넘어선 것입니다(출처: 홍콩필름아카이브(HKFA)). 한국에서도 1983년 서울에서만 11만 명을 동원했고, 비디오와 TV 방영으로 더 넓게 퍼졌습니다.

  • 감독: 증지위(Eric Tsang) — 배우이자 《첨밀밀》 등 다수 작품의 제작자·감독
  • 주연: 허관걸(Sam Hui), 맥가(Karl Maka), 실비아 창(Sylvia Chang)
  • 제작: 시네마 시티(Cinema City) — 삼합회 자본에서 독립한 영화인들의 독립 제작사
  • 흥행: 홍콩 역대 최초 박스오피스 2,000만 홍콩 달러 돌파
  • 한국: 1983년 개봉, 서울 11만 관객 / 1987·1989년 TV 더빙 방영
요약: 《최가박당》은 조직폭력배 자본에서 벗어난 독립 제작사 시네마 시티가 기획한 버디무비로, 증지위 감독과 허관걸·맥가의 케미가 홍콩 역대 최초 2,000만 달러 흥행을 이끌었습니다.

 

흥행기록 뒤에 남은 것들 — 열정, 에피소드, 그리고 시대

《최가박당》을 두고 "007 아류작"이라는 말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이 시각도 완전히 틀린 건 아닙니다. 스파이 가젯, 카 체이싱, 폭발 장면 등 스펙터클 요소는 분명 첩보 액션 장르의 문법을 빌려온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그걸 "아류"라고 부르기엔 이 영화만의 체취가 너무 진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믿거나 말거나지만, 《최가박당》의 오프닝에서 악당들의 추적을 피해 모터 행글라이더로 탈출하는 장면이 나중에 007 시리즈 《옥토퍼시(Octopussy, 1983)》의 제임스 본드 탈출 장면의 모티브가 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방향이 뒤집힌 거죠. 오히려 《최가박당》 쪽이 먼저였다는 것인데, 저는 이게 꽤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영화 속 에피소드도 남다릅니다. 극 중 맥가의 아내 역을 맡은 실비아 창(Sylvia Chang)은 실제 생활에서도 아들이 유괴범에게 납치되는 사건을 겪었습니다. 영화 속 설정과 너무 닮아 당시 홍콩에서 큰 화제가 됐고, 다행히 아들은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픽션과 현실이 이렇게 교차한 배우가 스크린에서 납치 장면을 연기했다는 게, 이 영화를 다시 볼 때마다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허관걸은 이 시리즈 이후 《소오강호》라는 또 다른 걸작을 남겼습니다. 그의 코미디 연기는 단순히 웃기는 것을 넘어, 인물의 허당스러움 속에서 진심을 끌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요즘 영화에서 보기 힘든 그 무언가가 바로 이 지점 아닐까 싶습니다. 기술은 뒤떨어져도 영화에 대한 열정과 배우들의 진정성만큼은 지금 어떤 블록버스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국에서 어렸을 때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10년 뒤 TV에서 처음 봤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추석 특집으로 더빙 방영된 걸 온 가족이 같이 보면서 배꼽을 잡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1980년대 홍콩 영화 황금기(Golden Age of Hong Kong Cinema)가 뭔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그 시절이 얼마나 특별한 시간이었는지 깨닫게 됐습니다(출처: Wikipedia - Cinema of Hong Kong). 19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까지, 그 짧은 황금기가 만들어낸 영화들은 지금도 쉽게 대체되지 않습니다.

요약: 《최가박당》은 흥행 기록 이상으로, 황금기 홍콩 영화의 열정과 체취가 고스란히 담긴 시대의 산물이며, 실비아 창의 실제 납치 사건이나 007과의 연결고리 같은 뒷이야기도 영화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최가박당은 몇 편까지 나왔나요?

A. 총 5편의 시리즈가 제작됐습니다. 1982년 1편을 시작으로 1983년 2편, 1984년 3편, 1986년 4편, 1989년 5편이 나왔습니다. 시리즈 모두 나름의 재미가 있다고 보는 분들이 많고,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다만 1편과 2편의 완성도가 특히 높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Q. 최가박당 감독이 첨밀밀에 배우로 나오는 그 사람 맞나요?

A. 맞습니다. 증지위(Eric Tsang)는 《최가박당》의 감독이면서, 《첨밀밀(1996)》에서는 미키마우스 문신을 한 조폭 두목으로 강렬한 연기를 펼쳤습니다. 감독과 배우를 오가며 홍콩 영화 황금기를 이끈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코믹 액션 장르에 특히 재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Q. 최가박당이 007 아류작이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가요?

A. 카 체이싱, 스파이 가젯, 악당과의 대결 구도 등 첩보 액션의 외형을 빌려왔다는 점에서 그런 시각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최가박당》 오프닝의 모터 행글라이더 탈출 장면이 나중에 제작된 《옥토퍼시(1983)》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류작"이라고 보기에는 이 영화만의 색깔이 너무 뚜렷하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Q. 서극(Tsui Hark)이 이 영화에도 관여했나요?

A. 네, 서극은 《최가박당》의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서극은 이후 《천녀유혼》, 《소오강호》, 《동방불패》, 《신용문객잔》, 《첩혈쌍웅》, 《영웅본색》 시리즈 등 홍콩 영화 황금기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감독·제작한 인물입니다. 석천(Dean Shek)도 이 영화의 제작자로 참여했으며, 《영웅본색 2》에 배우로도 출연한 바 있습니다.

 

결론

요즘 세상이 답답하거나 지칠 때, 저는 종종 오래된 홍콩 영화를 꺼내 봅니다. 《최가박당》이 그중에서도 특별한 이유는, 웃음 뒤에 그 시대 영화인들의 절박하고 뜨거운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삼합회 자본에서 벗어나기 위해 뭉친 사람들이, 저예산으로 홍콩 역대 흥행 기록을 새로 썼다는 이야기 자체가 이미 영화 한 편 분량입니다.

주성치와 성룡 이전에 허관걸과 맥가가 있었다는 걸,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버디무비의 문법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걸 확인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1편부터 보시길 권합니다. 시리즈 다섯 편 모두 볼 만하지만, 1편과 2편은 특히 홍콩 영화 황금기의 정수를 담고 있습니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영화로라도 잠깐 다녀오는 건 언제든 가능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9HFGWHC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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