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용기있는 자: 이레나 센들러 (나치, 고아, 역사의 반복)

by 주머니 2026. 7. 19.

솔직히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이레나 센들러라는 이름을 전혀 몰랐습니다. 2차 세계대전 하면 안네 프랑크나 쉰들러 정도가 전부였는데, 정작 2,500명에 달하는 유대인 아이들을 직접 구해낸 폴란드 여성이 노벨평화상 후보에만 머물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 여운을 정리해보려는 시도입니다.



나치 게토, 그리고 한 여성의 선택

영화는 1941년 바르샤바 게토(Ghetto)에서 시작합니다. 게토란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강제로 격리 수용하기 위해 설정한 구역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거대한 감옥이었는데, 바르샤바 게토 하나에만 약 40만 명의 유대인이 밀집 수용되었고, 굶주림과 질병으로 매일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출처: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관(USHMM)).

이레나 센들러는 폴란드인 가톨릭 신자이자 사회복지사였습니다. 그녀는 장티푸스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출입 허가를 얻어 게토를 드나들었는데, 그 안에서 그녀가 한 일은 전염병 조사가 아니었습니다. 가짜 신분증과 세례증을 조직해 아이들을 밖으로 빼내고, 폴란드인 가정에 입양시키는 일이었죠.

제가 이 장면에서 멈칫했던 건 그녀가 "영웅적 결심"을 한 순간이 아니라, 그냥 매일 조금씩 더 하다 보니 거기까지 간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목숨을 건다고 선언한 게 아니라, 오늘 한 명, 내일 한 명 하다 보니 어느새 그 일이 자신의 전부가 된 사람. 그게 오히려 더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건 그녀가 구출한 아이들의 모든 인적 사항을 작은 병 안에 기록해 땅에 묻어뒀다는 사실입니다. 전쟁이 끝나면 아이들이 친부모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그 병 하나가 훗날 수십 가족의 재회를 가능하게 했다고 합니다. 이 계획성과 따뜻함의 조합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바르샤바 게토 수용 인원: 약 40만 명 (1941년 기준)
  • 이레나 센들러가 구출한 아이 수: 약 2,500명
  • 사용한 수단: 가짜 신분증, 세례증, 비밀 통로, 위장 의상
  • 기록 보존 방식: 아이들 신상정보를 유리병에 담아 매립
요약: 이레나 센들러는 게토 출입 권한을 활용해 약 2,500명의 유대인 아이를 구출했으며, 훗날 재회를 위해 신상정보를 병에 기록해 숨겨두었습니다.

고아들의 탈출, 그리고 이레나의 체포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이 높았던 장면은 아이들을 실제로 빼내는 과정이었습니다. 법원 건물을 통하는 비밀 통로, 화물차 바닥에 숨긴 아이, 간호복으로 위장한 이레나. 제가 영화를 보면서 손에 땀이 날 정도였는데, 이게 전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걸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습니다.

독일군이 사회복지사의 출입을 막자 그녀는 이번엔 보건부 출입증과 간호복을 구해 다시 들어갔습니다. 막히면 다른 방법을 찾고, 또 막히면 또 다른 방법을 찾는 식이었죠. 이걸 보면서 저는 '용기'라는 단어보다 '집착'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의미에서요.

하지만 결국 1943년, 그녀는 게슈타포(Gestapo)에 체포됩니다. 게슈타포란 나치 독일의 비밀국가경찰로, 레지스탕스 색출과 반나치 인사 탄압을 전담하던 조직입니다. 그녀는 극심한 고문을 받았지만 동료들의 이름을 끝까지 발설하지 않았고,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극적인 반전이 있습니다. 그녀가 속해 있던 지하 저항 조직 제고타(Żegota)가 독일 간수를 매수해 그녀를 탈출시켰습니다. 제고타란 폴란드 망명 정부 산하에 조직된 유대인 지원 비밀 네트워크로, 유럽에서 나치 점령 하에 정부 차원에서 유대인을 공식 지원한 유일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야드 바솀(Yad Vashem) 홀로코스트 기념관). 이레나는 탈출 후 위조 신분증을 들고 은신처에 몸을 숨겨 살아남았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적 장치라고 생각했는데 실화였거든요. 이 정도면 그냥 '운이 좋았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요약: 게슈타포에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지하 조직 제고타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 이레나의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역사의 반복,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영화가 끝나고 나서 제가 처음 든 감정은 감동이 아니라 당혹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 속 홀로코스트(Holocaust)의 피해자들, 즉 살아남은 유대인과 그 후손들이 오늘날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르는 일들이 자꾸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홀로코스트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유대인 약 600만 명을 조직적으로 학살한 사건을 말합니다.

역사가 반복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게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는 게 이 지점에서 실감났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구조, 이건 특정 민족이나 국가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인종이나 종교보다 그 시대의 집단 심리, 즉 자기 집단을 절대화하고 타자를 비인간화하는 메커니즘이 핵심입니다. 이 메커니즘은 어느 집단에나 작동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레나 센들러 같은 사람도 언제나 그 안에서 나옵니다. 가톨릭 신자가 유대인 아이를 구했고, 같은 유대인 지도자들조차 협조를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걸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악과 선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스펙트럼 위의 어딘가에 있고, 그 위치를 결정하는 건 국적이나 종교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라면 그 자리에서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두려움을 이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아무도 함께하지 않을 때 혼자 계속하는 것이니까요. 이레나는 그걸 해낸 사람입니다. 노벨평화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요약: 이레나의 이야기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역할이 고정되지 않으며, 선택은 언제나 개인에게 달려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레나 센들러는 실제로 노벨평화상을 못 받은 건가요?

A. 네, 맞습니다. 이레나 센들러는 2007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그 해 수상자는 앨 고어와 IPCC였습니다. 그녀는 2008년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끝내 노벨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아직도 이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워합니다.


Q. 이레나 센들러가 구한 아이들은 나중에 부모를 찾았나요?

A.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친부모는 홀로코스트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이레나가 유리병에 담아 묻어둔 신상정보 덕분에 일부 아이들은 살아남은 친척을 찾을 수 있었고, 자신의 유대인 정체성과 뿌리를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기록 자체가 역사적 증언으로도 큰 가치가 있습니다.


Q. 영화 '용기있는 자: 이레나 센들러'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2009년 제작된 TV 영화로, 원제는 'The Courageous Heart of Irena Sendler'입니다.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정식 서비스 여부는 시기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확인이 필요합니다. 유튜브에 관련 영상과 요약 콘텐츠가 올라와 있어 접근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Q. 제고타(Żegota)는 어떤 조직인가요?

A. 제고타는 1942년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원으로 설립된 비밀 유대인 지원 조직입니다. 나치 점령 유럽에서 정부 차원으로 유대인을 조직적으로 구출하고 지원한 유일한 사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레나 센들러도 이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자금과 신분증을 지원받았습니다.


결론

이레나 센들러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건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결론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보게 만드는 영화와 실화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이야기가 유대인이라서, 또는 홀로코스트라서 중요한 게 아닙니다. 특정 종교나 인종을 넘어서, 집단이 개인을 짓밟을 때 그 안에서도 선택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증거로서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레나 센들러의 이름을 모른다면 한 번은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그 늙은 얼굴에서 어린아이 같은 맑음이 느껴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직접 확인해보시면 알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Hoyfe-dnd1A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