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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실화, 성치료사, 장애인 성)

by 주머니 2026. 7. 10.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제목만 보고 꽤 자극적인 내용일 거라 지레짐작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영화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척수성 소아마비로 인해 호흡 보조기 없이는 세 시간도 버티기 어려운 남자 마크 오브라이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제 생각의 틀을 완전히 흔들어 놓았습니다.



실화가 더 묵직하다 — 마크 오브라이언과 성치료사 쉐릴

영화의 주인공 마크 오브라이언은 실존 인물입니다. 그는 여섯 살에 척수성 소아마비(Polio)를 앓고 난 뒤 몸의 대부분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살아갔습니다. 척수성 소아마비란 폴리오바이러스가 척수의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근육 마비를 유발하는 질환으로, 마크의 경우 얼굴과 일부 신체 말단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는 UC버클리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저널리스트이자 시인으로 활동했습니다. 장애인 센터로부터 '장애인의 성(sexuality)'을 주제로 한 글을 써달라는 제안을 받은 그는 직접 성치료사(Surrogate Partner Therapist)를 만나기로 결심합니다. 성치료사란 단순한 상담이나 약물 처방이 아니라, 신체 접촉을 포함한 실질적인 치료 세션을 통해 내담자의 성적 기능과 자존감 회복을 돕는 전문 직종입니다. 일반적인 심리 치료사와는 명확히 구분됩니다.

그 역할을 맡은 인물이 바로 쉐릴 코헨 그린(Cheryl Cohen Greene)입니다. 그녀는 남편과 아들이 있는 가정주부이자, 공인 성치료사로 활동하던 실존 인물입니다. 처음 만남은 어색함과 긴장으로 가득했지만, 쉐릴은 치료 세션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기록하며 마크에게 접근했습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보면서 느낀 건 이것이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상대의 심리적 안전감을 먼저 만들어주는 과정 자체가 치료였습니다.

미국 성치료협회(AASECT, American Association of Sexuality Educators, Counselors and Therapists)에 따르면, 대리 파트너 치료(Surrogate Partner Therapy)는 정규 훈련을 받은 전문가에 의해 윤리적 지침 아래 운영되는 공인된 치료 접근법입니다(출처: AASECT 공식 홈페이지). 저는 솔직히 이런 직업이 공식적으로 존재한다는 걸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전혀 몰랐습니다. 미국이 이런 영역에서도 제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치료 세션들은 선정적이기보다 오히려 몹시 인간적입니다. 과호흡이 오고, 너무 빨리 끝나버리고, 당황하고, 웃음이 터지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쌓여가는데, 영화는 그걸 억지 멜로로 포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그 절제가 오히려 더 크게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 마크 오브라이언: 실존 시인이자 저널리스트. 척수성 소아마비로 철폐(iron lung) 의존 생활
  • 쉐릴 코헨 그린: 실존 공인 성치료사. 영화 제작에도 직접 자문으로 참여
  • 대리 파트너 치료(Surrogate Partner Therapy): AASECT 윤리 지침 아래 운영되는 공인 치료법
  • 영화의 원작: 마크 오브라이언의 에세이 「On Seeing a Sex Surrogate」(1990)
요약: 영화 <세션>은 실존 인물 마크 오브라이언과 공인 성치료사 쉐릴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도적으로 존재하는 대리 파트너 치료를 인간적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장애인 성 문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영화가 남긴 질문

제가 이 영화를 보며 가장 반성하게 된 부분은 제 첫인상이었습니다. '장애인의 성생활을 다룬 영화'라는 단 한 줄의 설명에 저는 이미 어떤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이건 성(sexuality)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얼마나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인지를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장애인의 성적 권리(Sexual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성 건강(Sexual Health)의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성 건강이란 신체적·감정적·정신적·사회적 웰빙이 통합된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장애 유무와 무관하게 모든 인간에게 해당합니다(출처: WHO Sexual Health).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장애인의 성적 욕구는 종종 무시되거나 금기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화는 바로 그 불편한 간극을 정면으로 들여다봅니다.

마크는 타인의 도움 없이 일상의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태이지만, 영화는 그를 결코 불쌍한 존재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며 너스레를 떨고, 쉐릴에게 시를 써서 편지로 보내는 장면에서 저는 그냥 평범한 한 남자의 설렘을 보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영화가 가장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특별한 효과나 스펙터클이 아니라, 그냥 사람 냄새가 나는 영화.

영화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정전 시퀀스입니다. 호흡 보조기인 철폐(Iron Lung)가 멈추는 순간, 그의 삶이 얼마나 가느다란 균형 위에 놓여 있었는지가 한순간에 체감됩니다. 철폐란 음압을 이용해 흉벽을 강제로 확장시켜 호흡을 보조하는 장치로, 마크는 이 장비 없이는 몇 시간을 버티기도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그 긴장감이 지나간 뒤 마크는 결국 세상을 떠나지만, 영화는 슬픔만으로 마무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겼습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 마크보다 더 깊은 고립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신체적 장애가 아니라 심리적·사회적 단절을 안고 사는 사람들 말이죠. 이 영화는 그 사람들 모두에게 조용히 말을 걸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약: 영화는 장애인 성 문제를 금기가 아닌 보편적 인간의 욕구로 바라보게 하며, WHO도 성 건강을 장애 유무와 무관한 권리로 명시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세션>은 실화인가요?

A. 네, 실화입니다. 마크 오브라이언이 1990년에 직접 쓴 에세이 「On Seeing a Sex Surrogate」를 원작으로 하며, 쉐릴 코헨 그린도 실존 인물로 영화 제작에 자문으로 참여했습니다. 주인공 마크는 실제로 2009년에 사망했습니다.


Q. 성치료사(대리 파트너 치료사)는 실제로 존재하는 직업인가요?

A. 실제로 존재하는 공인 직종입니다. 미국 성치료협회(AASECT) 등 전문 기관의 윤리 지침 아래 운영되며, 단순한 성적 서비스와는 명확히 구분됩니다. 심리 치료사와 협력하여 내담자의 성적 기능 회복과 자존감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적 접근법입니다. 다만 국가마다 법적 지위와 인정 범위가 다르므로, 한국에서는 아직 공식 제도권 안에 들어와 있지 않습니다.


Q. 영화 수위가 높은 편인가요? 부담 없이 볼 수 있나요?

A. 성인 관람가이며 노출 장면이 포함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선정적이기보다 오히려 담담하고 따뜻합니다. 치료 장면보다 두 인물의 감정 변화에 더 집중되어 있어, 처음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사려 깊은 방식으로 연출되어 있습니다.


Q. 영화의 원제와 국내 개봉 제목이 다른가요?

A. 맞습니다. 원제는 <The Sessions>(2012)이며, 국내에는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과 특별심사위원상을 동시 수상했고, 헬렌 헌트가 쉐릴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기도 합니다.


결론

제가 이 영화를 보고 한동안 멍했던 이유가 이제는 좀 더 명확해졌습니다. 이 영화는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당연하지 않은 축복인지를, 그리고 사랑받고 싶다는 감정이 얼마나 모든 인간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권리인지를 조용하지만 강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작은 것에 감사하게 되는 영화라는 말이 이렇게 잘 맞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만약 자극적인 소재일 거라는 선입견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면, 그 생각의 틀이 바로 이 영화가 깨뜨리려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저처럼 한참 지나서 알게 된 분들께도 꼭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잔잔하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고, 아마 꽤 오래 마음에 남을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T7rEg5Ju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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